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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쓰기]1일차. 벼락치기에 대하여

나의 성장일기(주제 없이 자유롭게 쓰기)

by 공감사이다 2020. 5. 2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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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벼락치기를 좋아한다. 

학창 시절, 나는 모범생으로 공부를 좀 잘했다. 학원은 별로 안다녔는데, 중3부터 다녔으니 그래도 사교육의 힘을 많이 빌리기도 했다. 암튼, 난 시험 일주일전부터 착실히 벼락치기를 했고, 중고등학교때 상위권에 있었다.

(이글을 다시 읽으니 너무 자랑같고, 머리가 좋은듯해보인다. 나는 수업을 잘듣고 벼락치기도 꽤 하는 성실한 학생이었다는 것을 밝혀둔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도 벼락치기를 했다. 좋아하는 과목 위주로 했다.

대학때는 좀 신이 난 나머지, 놀면서 했더니 1학년땐 좋지 못했고, (전공 기초과목을 F를 받아서 다음해에 재수강하는 상황이 생겼다.) 2학년이 되어서는 다시 심기일전해서 벼락치기에 성공해서 성적 우수로 4등을 하여 3분의 1 장학금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럼 난 벼락치기만 했는가, 아니다. 난 수업시간 집중을 잘하는 편이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졸음을 이기기 힘들었다는 것. 올빼미형으로 공부하다 낮에 졸기도 꽤 많이 했다는 점이다.

여고생 시절, 고2때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어 늦은 밤까지 공부하기, 친구들과 야식먹기, 때론 휴게실로 내려와 OCN보기, 수다떨며 놀기 등을 하며 늦게 잤던 나는 겨우 아침 기상 노래에 눈을 떴고, 수업시간에 졸기도 많이 했다. 특히, 물리와 역사시간에.

 

난 4학년때 벼락치기로 교사임용시험을 붙고자 노력했다. 아니, 시험제도가 3차시험으로 바뀐 때라 1차만 붙어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단기 속성으로 공부했다. 2학년 여름부터 '경산우리학교'(대안교육센터)라는 곳에서 야학교사가 되어 봉사도 하고 놀러도 다녔던 2년은 정말 즐겁고 행복했기에 후회는 1도 안 든다. 그러나, 전공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못하고 벼락치기만 한 것은 후회가 된다.

 

첫 임용시험에서 벼락치기에 성공해 1차합격을 했다. 그러나 2차에서 떨어졌다.

대학졸업 후 재수를 했다. 1차합격을 했다. 또 2차에서 떨어졌다. 재수때엔 나름 단계를 밟아가며 내실있게 한다고 했는데, 대학때 소홀했던 현대대수학, 미분기하학 등의 전공수학은 내겐 너무도 어려웠다.

삼수를 했다. 연초부터 스터디를 구성하여 정말 제대로 공부하려 노력했다. 정말 열심히 했고, 실력이 늘면서 재미도 있고, 스스로 뿌듯함도 느꼈다. 2010년 독일 월드컵 응원을 친구와 술집에서 하다가 신발을 잘못 신고 나와서 발을 접질러서 발목 골절로 깁스를 하고 두 달간 목발을 짚고 다녔던 것을 빼고는 성공적인, 요즘 유행하는 말로 '슬기로운' 삼수생활이었다.(슬기롭다고 하기엔 발목골절 사건이 크긴하다.) 그렇게 강원도 수학교사를 하다가, 나는 연애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고, 지금은 은남매를 낳아 네 식구가 되었다. 

 

2019년 육아휴직중에, 난 교육행정직에 시험보아서 두 달 벼락치기로 합격했다.

강원도교육청에서 뽑는 인원이 196명이나 되기도 해서, 난 운이 좋았다. 

 

이글은 "벼락치기 예찬론" 인가,

아니다, 나는 직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못하고 벼락치기로 진로를 결정하고, 벼락치기로 시험을 보고 합격을 했던 경험이 후회가 되기도 한다. 1차에 붙어봤으니, 또 하면 될꺼야. 나는 무조건 수학교사를 해야된다는 생각. 그때 좀더 고민을 해볼걸 그랬다. 난 아이들을 좋아하고 가르치는 일도 좋아하지만 스트레스가 심했다. 내가 수업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생각,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고민의 연속이었다. 사춘기를 제대로 못 보낸 것이 이렇게 뒤늦은 방황으로 나타난 것 같았다. 

 

이제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고, 초등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교육청 소속 일반직 공무원이다.

이대로 만족하고, 워라밸을 많이 즐기고 싶다.

그리고 부모도 교육자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사회복지학을 학점은행제로 공부하고 있는데, 사회복지사를 취득해 두어, 10~20년이 흐른 뒤엔 사회복지 일을 하고 싶다. 어떻게 내 삶이 더 펼쳐질지 지금은 장담할 수 없지만, 배우고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내 며칠전 근황을 소개한다. 

 

 우리말 겨루기에 도전했다. 결과는 음...

5월 19일 녹화를 했고, 6월 1일 방송예정이라 스포를 할 수는 없으니, 목표만큼 못했다.고 해두어야 겠다.

 

며칠 전 우리말 겨루기 다시보기를 할 때 나왔던, (나처럼 벼락치기를 잘한다는) 20대의 청년도 10일 벼락치기를 하고 나왔다고 하며 결과를 기대해주세요! 했는데, 성적이 좋진 않았다.

 

아, 역시 꾸준함이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2년 뒤에 다시 우리말 겨루기에 나갈때에는 1년 이상 꾸준히 공부한 내공을 가지고 나가야겠다.

 

그리고 나에겐 지금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우선, 오늘 시작한 반달쓰기를 꾸준히, 열심히, 써나가야겠다. 그래서 한달쓰기도 하고, 블로그를 꾸준히 해 나가고 싶다.

둘째는 영백기(영어회화 100일의 기적)를 하루 하루 외워나가기. 그래서 영어를 말하고 듣는데 조금씩 익숙해지고 싶다.

 

다른 이야기들도 차차 블로그를 통해, 한걸음 한걸음씩 기록해야겠다. ^^

함께하는 반달쓰기 동료들도 있어 더욱 힘이 난다. 반달쓰기 화이팅!!

 

아참, 오늘 11시 58분까지(밴드 인증은 59분에 올려, 정말 아슬아슬했다)

겨우 올린 이유를 한가지 더 설명한다면,

벼락치기 때문이다.

오늘이 사회복지학 5과목 과제 제출 마감날이여서, 새벽부터 일어나 과제하다 출근하고, 오후엔 2시간 일찍 조퇴하고 과제하고, 아이들도 오후 6시에 겨우 데리러 갔다는 사실은 안비밀이다.

그렇지만 이젠 철좀 들어도 좋을 30대 중반나이에, 벼락치기로 허둥지둥이라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나는 벼락치기를 좋아하지만, 이젠 꾸준함을 더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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