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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 일(一)자를 10년 쓰면 붓끝에서 강물이 흐른다

낭독 연습(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by 공감사이다 2021. 9. 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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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죽으면 대표작 한두 편이 남습니다. 그래서 '대표작으로 남을 시만 일찍 써버리면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아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인이 한 편의 시를 남기기 위해서는 평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추사 선생처럼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 정도의 평생이라는 시간을 바쳐야 그나마 대표작 한두 편이 남습니다.

 

 

나는 죽으면, 무엇이 남을까.

내가 쓴 일기, 내가쓴 블로그 기록, 내가 쓴 물건들, 내가 입은 옷. 결국 남을게 별로 없다.

내 이름이 남고, 추억이 남을것이다. 신랑이 나를 기억하고, 우리 은후 은하가 나를 기억할 것이다.

나는 부모님을 절대로 앞서지 않겠다. 건강하게 살아서 엄마아빠의 노후도 가까이서 지켜봐드리고 보호해드릴 것이다.

 

나는 단기적 목표로 세가지가 있다.

1. 우리말 겨루기에 두번째 출연을 하여 우리말 달인이 된다!

2. 책을 써서 출판하여, 출판작가가 된다!

3. 춘천에 지역아동센터를 내힘으로 세워서 운영한다!

 

요즘은 서예가가 아니면 붓글씨 쓰는 사람이 드물어 붓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중략)

그런데 언젠가 어느 책에서 '한 일(一)자를 10년 쓰면 붓끝에서 강물이 흐른다'는 말을 읽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문득 조선시대의 대표적 명필 추사 김정희 선생이 친구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추사는 그 편지에서 '나는 70 평생에 벼루 열 개를 밑창 냈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이 말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글씨를 잘 쓰기 위해 그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는 말입니다. 그 정도 노력해야 명필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관심을 쏟으라'는 뜻입니다.

(중략)

"호승이 너는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시인이 될 수 있겠다."
저는 선생님의 이 말씀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선생님의 이 말씀 한마디 때문에 시를 쓰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냥 막연히 '좋은 시인이 될 수 있겠다'고 하신 게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면' 이라는 전제조건을 다셨습니다. 이 말씀은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시인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든 열심히 노력하라는 말씀입니다.

시인이 죽으면 대표작 한두 편이 남습니다. 그래서 '대표작으로 남을 시만 일찍 써버리면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아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시인이 한 편의 시를 남기기 위해서는 평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추사 선생처럼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 정도의 평생이라는 시간을 바쳐야 그나마 대표작 한두 편이 남습니다.

(중략)

가만히 걸음을 멈추고 사람들 틈에 끼여 오랫동안 피리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피리소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애간장을 녹였습니다. 불당 앞마당에 떼 지어 앉아 있는 회색 비둘기들도 피리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듯 조용했습니다.
그 맹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간단사원을 찾아와 그렇게 피리를 분다고 했습니다. 잃은 시력을 되찾을 수 없어 마지막으로 부처님께 기원하고 공독을 쌓기 위해 매일 피리를 분다고 하는데 그게 벌써 3년째라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맹인의 피리소리가 더 아프고 애절하게 들렸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부처님께 매일 아름다운 피리소리를 들려드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정성을 다해 부처님께 피리를 불어드리고 있었습니다. 벌써 10여 년 지난 일이므로 지금쯤은 그의 노력이 부처님 마음을 움직여 시력이 회복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한 일(一)자를 10년 쓰면 붓끝에서 강물이 흐른다'는 말처럼 무슨 일이든 열심히 노력하면 못 이루어질 게 없기 때문입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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