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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모차르트가 되기보다 살리에리가 되라

낭독 연습(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by 공감사이다 2021. 9. 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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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일도 노력하는 일입니다.
저는 한 작품 당 평균 서른 번은 넘게 고쳐 씁니다.
그래도 '모차르트'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저 자신이 '살리에리'인 것이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모차르트처럼 천재적이지 않다고 해서 제 삶을 모차르트의 삶과 바꾸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는 저로서 족할 뿐입니다.
그래서 항상 저 자신에게 '모차르트가 되기보다 살리에리가 되라'고 말합니다.
문학적 잠재력과 그 가능성에 대해 저 스스로 기대감을 지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모차르트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 '아마데우스'를 저도 보았습니다. 밀로스 포먼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모차르트의 일생을 나타낸 전기 영화가 아닙니다. 모차르트라는 한 천재에 의해 상대적으로 평범한 존재가 되어버린 살리에리라는 한 범인의 고통을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성찰로까지 승화시킨 영화입니다.

(중략)

누구나 모차르트와 같아질 수는 없습니다. 만일 우리 모두 모차르트가 된다면 모차르트라는 존재성은 사라지고 살리에르라는 존재성만 남게 됩니다. 모차르트와 같이질 수 없는데도 같아지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존재가치를 폄하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고통이 따르게 됩니다.
살리에리의 고통과 비극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탐내고 부러워한 데에 있습니다. 오히려 내 안에 있는 나만의 천재성, 아무하고도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능력을 발견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내 안에 있는, 남과 비교되는 천재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천재성은 나 자신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할 뿐입니다.

우리는 천재를 찬미하지만 진정 신뢰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입니다. 모차르트라는 한 사람의 천재 때문에 살리에리라는 수많은 사람이 좌절하고 고통스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살리에리가 있기 때문에 모차르트라는 천재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일등을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살리에리가 있기 때문에 모차르트라는 천재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일등을 할 수는 없습니다. 꼴찌가 없으면 일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일등을 위해 꼴찌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냥 꼴찌로서 존재하는 것입니다. 살리에리도 살리에리로서 존재하는 것이지 모차르트에게 비교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정명훈 씨는 자신을 가리켜 "일등보다 이등을 더 많이 해본 사람"이라고 합니다. "연주자는 작곡가에 이어 늘 이등이며, 이등이 일동보다 좋을 때가 많다"고 합니다. "일등은 화려한 조명을 받지만 동시에 평생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려야 한다. 정상에 올라가는 기분은 짜릿하겠지만 내려갈 때의 압박감도 그에 못지않다. 반면 일등이 아니라는 데 낙담하지 않고 언젠가 일등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데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1974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이등을 수상했는데, 어떤 심사위원이 나중에 그에게 일등을 줘야 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그때 내가 일등을 했다면 거꾸로 내 인생의 비극이 됐을 수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시를 쓰는 일에도 일등은 없습니다. 어떤 이는 문학의 장르 중에서 시는 노력보다 재능에 의해 써진다고 합니다만 시를 쓰는 일도 노력하는 일입니다. 저는 한 작품 당 평균 서른 번은 넘게 고쳐 씁니다. 그래도 '모차르트'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저 자신이 '살리에리'인 것이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모차르트처럼 천재적이지 않다고 해서 제 삶을 모차르트의 삶과 바꾸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는 저로서 족할 뿐입니다. 그래서 항상 저 자신에게 '모차르트가 되기보다 살리에리가 되라'고 말합니다. 문학적 잠재력과 그 가능성에 대해 저 스스로 기대감을 지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호승,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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