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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매필11기] 2일차. 그런 소중한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자유로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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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사이다 2021. 7. 2.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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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만큼은 영혼없이 관리하고 싶지 않다. 형식적으로 부피만 커져 가는 친분과 인맥은 삶을 성가시고 산만하게 할 뿐 이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족스럽지 못한 인간 관계를 유지하느니 그 시간에 혼자 책을 읽는 게 낫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유독 오래가는 인간관계를 높이 평가한다. 인내하며 오래 살아낸 노부부의 사랑을 아름답다 하고, 오랜 세월 사귄 연인과 헤어지는 것을 나무란다. 학창 시절 친구가 점점 불편해지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의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도 고통스러운 만남을 이어간다.

과거에 아무리 오랜 기간 우정과 추억을 나눴던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이 내게 현재 기쁨을 주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관계는 현재진행형이다. 늘 처음 만나는 사람들처럼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관계를 다져가는 성의를 보여주는 사람만이 시간이 흘러 현재의 관계에서도 살아남는다. 그러니 과거에 친분을 맺은 기간이 아무리 길었어도 지금 점차 멀어져가는 사람들에 대해 무리한 책임감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내 인생 속으로 들어왔다가 또 나간다 .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아끼고 좋아하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력이라고는 나와 마음이 맞을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환경에 나를 데려다 놓는 것 정도다. 번지수 틀린 곳에서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면서 까지 인간관계를 맺을 필요는 없다.

한편, 어른이 되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어서 좋다. 단순히 친하거나 자주 시간을 같이 보내거나 재미있게 어울리는 관계와 는 다르다. 아무리 친하다고는 해도 어떤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한다. 상대가 충분히 이해를 해줄지 불확실하고, 말을 옮기지 않을까 걱정되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나한테 상처 받거 나, 내게 이질감을 느끼거나, 나를 경멸하지 않을 까 신경이 쓰인다. 나의 취약점을 나중에 역으로 이용하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된다. 반면 자주 만나거나 연락하지는 못해도 숨김없이 믿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신의를 바탕으로 맺어진 관계이다 보니 애초에 편안하고 무리가 없다. 남자든, 여자든 성별은 상관없다.

왜 신뢰감을 느끼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상대가 본질적으로 '괜찮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해심이 깊고, 포용력이 있고, 입이 무겁고, 편견에서 자유로우며, 인생 경험이 많다. 나이와 상관없이 정신적으로 어른인 사람들이다. 내가 만나 본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대부분 독립적인 개인이었고, 자신의 소신이 있는 만큼 타인의 다양한 생각을 존중할 줄 아는 유연한 자유주의자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하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들과의 만남은 어디까지나 양 보다 질. 피상적이고 공허한 수다보다 본질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신뢰감과 친밀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는 일은 분명 행운이다. 그런 소중한 선물을 받기 위해서는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임경선, <자유로울 것>


★내 생각
2015년, 나에게 책 선물을 주시며 '씩씩한 엄마로 괜찮은 교사로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편지에 적어주셨던 동료 선생님이 생각난다.
나는 그 말씀이 너무나 감사하면서도 스스로 인정못한 부분도 있었다.
'씩씩한' 과 (내면이)'아름다운' 이라는 수식어는 나 스스로 인정하지만, '괜찮은' '교사' 가 되기에 내가 가야할 길을 너무나 험난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둘째의 출산과 꽤 긴 육아휴직을 하고, 2018년 복직했지만 후반 휴직계를 냈고, 2019년 후반엔 퇴직을 선택했다. 다른 길을 열어놓고 한 선택이었다.

오늘은 '인간관계'에 대한 에세이다. <자유로울 것>이라는 책 제목에 끌려, 나는 2017~2018년 즈음에 이 책을 읽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상황 내 마음에 이 글들은 다시 울림을 준다.

새삼, 나에게 좋은 분들이 많음을, 나의 '괜찮은' 점을 보아주시고 말을 건네주신 '멋지고' '괜찮으신' 분이 계시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눈물바람이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괜찮은' 존재가 되어야겠다.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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