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바매필10기] 16일차. 내가 이렇게 오락가락 혼자 분주한 사이, 남편은 제 보폭으로 묵묵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이다.<평범한 결혼생활>

매일 필사하기

by 공감사이다 2021. 6. 16. 07:11

본문

★본문

우리는 외출하면 늘 손을 잡고 다닌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빈자리가 나면 그는 항상 나를 먼저 앉게 한다. 무거운 짐은 무조건 자기가 든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가면 다리는 내내 이리 꼬다 저리 꼬다 바꾸면서도 손만큼은 습기가 가득한 채로 두 시간 남짓 내내 붙잡고 영화를 본다. 남편은 바깥에서 내게 참 자상하다. 더 많이 함께 외출을 하면 좋으련만, 주중 내내 출퇴근을 하느라 지친 그는 주말에는 가급적 집에 있고 싶어 한다.

옥수동에서 광화문으로 이사를 와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내가 달리기를 하러 나가면 그는 가끔 주섬주섬 같이 따라 나선다. 경복궁 주변을 한 바퀴 크게 돌 때가 많다. 기왕 같이 와주었으니 처음엔 남편과 보폭을 맞추며 걷는다. 그러다가 몸이 근질근질해지면 어쩔 수 없이 양해를 구하고 혼자 달리기 시작한다. 달리다 보면 아무래도 내가 한참 먼저 앞서가게 된다. 뒤를 돌아보면 남편이 새끼손가락만큼 작게 보인다.

'아 뭐야. 왜 아직도 저기 있는 거야.'

나는 속으로 툴툴거리며 몸을 돌려 요요처럼 남편을 향해 다시 달려 간다. 남편에게 가 닿으면 또 한동안 보조를 맞추며 걷지만 이내 또 달리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한다. 이제 말을 하지 않아도 남편은 눈짓으로 '어서 가라고 한다. 그렇게 그의 곁을 벗어났다가 도중에 잘 있는지 확인 후 '하는 수 없지'라며 돌아오고, 잠시 나란히 걷다가 또다시 그를 혼자 두고 나 혼자 스프링처럼 튕겨나가기를 반복한다. 내가 이렇게 오락가락 혼자 분주한 사이, 남편은 제 보폭으로 묵묵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 결혼생활의 은유 같다.

임경선, <평범한 결혼생활>155p

 

★내 생각

내가 이렇게 오락가락 혼자 분주한 사이, 남편은 제 보폭으로 묵묵히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이것저것 하고싶은게 많고, 변덕스럽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지는 않지만 달리기를 좋아한다. 남편은 낚시, 섬여행, 영상보기 등을 좋아한다. 낙천적이고 묵묵히 나와 아이들을 챙겨준다.

우리 부부와 비슷하네, 하며 미소지으며 읽었다.

아참, 나도 손잡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외출할때 꼭 잡고 다녀야지.

잘때도, 얘기할때도 자주 잡고 싶은 손이다.

 

오늘도 퇴근후에 내린천 벽화길을 달려야겠다. 


★필사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