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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말을 한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든, 그게 영화든 드라마든 음악이든 책이든 전공이든 연애든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되는 숱한 대화 자리들이 있다. 진짜 관심-이를테면 성공이나 돈, 커리어 - 은 교묘하게 숨긴 채 말은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가에나 필요한 장식품에 불과한, 그런 맥 빠진 대화 자리. 사실 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 사느냐는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삶을 만약 선물이라 하면 이상한 선물이다. 우리더러 채우라고 주어진 텅 빈 선 물이다. 비어 있으니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고 무슨 행동이라도 해야 한다. 없는데 있어 보이고 싶은 것, 없는데 있는 척하는 것을 허위의식이라고 부른다면 허위의식은 우리 운명에 깊게 새겨져 있다. 문제는 가끔은 공허하다는 거다. 가 끔은 허튼소리나 하고 있기 싫다는 것이다. 가끔은 자신이 불행하고 무의미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가끔은 인생에 의미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는 것이다. 가끔은 사는 것같이 살아보고 싶다고 바라게 되는 것이다.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것은 호흡이다. 호흡은 따뜻하다. 호흡처럼 입에서 나오는, 우리를 살아 있게 하고 따뜻하 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말, '살아 있는 말'뿐이다. 살아 있는 말은 문제에 대한 진지한 관심, 알고 싶다는 갈구에서 나온다. 죽은 말은 텅 빈 말이고, 텅 빈 말은 그 안에 아무런 가치를 담고 있지 않다. 죽은 말은 우리를 살아내도록 돕지 않는다.
내 생각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