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127p
“아, 그야 당연하지. 우리 같은 부부가 무슨 지침이나 교훈을 줄 수 있겠어."
역시 깨친 분.
남편의 말은 매우 타당하고 건전했다.
한 부부의 결혼생활이 다른 부부에게 본보기가 되려는 것처럼 사악하고 위선적인 것은 없다.
그래도 이 작은 책을 쓰는 동안 얻은 한 가지 깨달음쯤은 밝히고 싶다. 나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는 적당히 피하면서 사는 것도 인간이 가진 지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결혼이란 뭘까, 부부란 뭘까, 행복이란 뭘까 같은 것들을 정색하고 헤아리려고 골몰한다거나, 100퍼센트의 진심이나 진실 따위를 지금 당장 서로에게 에누리 없이 부딪쳐서 어떤 결론을 얻으려고 한다면, 우리 모두는 대개 실패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런 질문들의 종착지는 결국 '그럼 나는 왜 사는가'와 같은 막다른 골목일 뿐인데, 그렇다면 왔던 길을 도로 되돌아 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패배가 아님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무엇인가의 당위나 절대성을 진지하게 사유하기 시작하면 급 피로가 몰리고 피가 머리로 쏠려 편두통이 재발할 것이다. 그럴 때는 운동화를 신고 동네로 산책을 나가 맛있는 스콘을 사 먹는 것이 현명하겠다. 적당한 때가 오면 부부가 무엇인지 결혼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각 잡고 사색하지 않아도 그쪽에서 먼저 우리에게 어쩌다 한 번씩 알려줄 테니까. 마치 이제 알았냐는 듯이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툭 치면서.
혹은 진심이나 진실은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말을 믿는다면, 그리고 진심이나 진실을 알고 싶다면, 마지막까지 따라가보는 수밖엔 도리가 없다.
임경선, <평범한 결혼생활>
★내 생각
내가 뽑은 오늘의 두 문장.
혹은 진심이나 진실은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말을 믿는다면, 그리고 진심이나 진실을 알고 싶다면, 마지막까지 따라가보는 수밖엔 도리가 없다.
나는 꽤 성질이 급한 사람이지만, 부부생활과 육아를 하며 '기다림'을 배우고 있다.
믿음을 갖고 노력하며 마지막까지 따라가보자. 인생은 100년이니 우리 신랑과, 우리 은남매와 지지고 볶으며(이왕이면 깨볶으며, 햄볶으며= 행복하게) 죽을때까지 신나게 살아야지.
그와 나는 제법 잘 맞는다. 우리는 어떤 비전으로 아이들을 키울지를 함께 고민한다. 어떻게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한다. 퇴직을 하고 무슨일을 할지, 무슨 농사를 지을지 함께 고민한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지 궁금하고 설렌다. 나도 부부가 뭔지 인생이 뭔지 진실이 궁금하다. 하지만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관계에서는 조급할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있다.
임경선 작가님이 아예 사색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닌것 같다. 둘 사이에서 정색하고 에누리도 없이 무작정 진심을 캐내려고 하고 결론을 지으려고 하면 안된다는 말씀같다.
사색은 나를 위한 사색부터 하자. 내 마음, 내 감정, 내 정신을 관찰하는 명상을 하자.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