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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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결혼한 사람들에게 가장 어이없어하는 지점은 '자기들은 결혼했으면서 주변의 싱글들에겐 왜 '결혼 같은 거 하지마'라고 뜯어말리는가'이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와 샘 멘데스 감독의 <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ary Road》를 보 면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다. 어렴풋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막상 결혼을 하기 전까지는 그것을 '진짜로' 알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너무 잘 알겠다 싶어도 그 문제에 대해 막상 표현을 하려면 결혼한 이들 누구나 적잖게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결혼은 참으로 복잡하게 행복하고 복잡하게 불행하다.
<결혼 이야기>의 니콜과 찰리는 한때 열렬히 (어떤 의미에서는 여전히)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이혼 전담 변호사가 어떻게 이 상황(이혼)까지 왔는지 말해볼래요, 라고 묻자 아내인 니콜은 이렇게 답한다.
"명확하게 말하긴 힘들어요. 차라리 그냥 사랑이 식었다면 간단하겠죠"
사랑이 식은 건 아니지만, 평생 그를 사랑할 것 같다고도 생각하지만 결혼한 상태에선 상대를 사랑하고 위할수록 내가 없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좌절과 열등감을 안겨주고 나를 가장 잘 알기에 가장 아프게 상처 주는 방법을 꿰고 있다. 천국과 지옥은 이토록 한 끗 차이다.
영화 말미에 남편 찰리는 뉴욕의 한 재즈 바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너무 꼭 안는 사람
Someone to hold you too close
깊은 상처를 주는 사람
Someone to hurt you too deep
내 자리를 뺏고 단잠을 방해하는 사람
Someone to sit in your chair to ruin your sleep
나를 너무 필요로 하는 사람
Someone to need you too much
나를 헷갈리게 하는 사람
Make me confused
나를 너무 잘 아는 사람
Someone to know you too well 내가 이겨나가게 해주는 사람
Someone to make you come through
충격으로 날 마비시키고 지옥을 경험하게 하는 사람
Someone to pull you up short to put you through hell
- 스티븐 손드하임Stephen Sondheim의 〈Being Alive〉 중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에이프릴과 프랭크는 주변의 선망을 한 몸에 받는 부부지만, 짐짓 평온해 보이는 교외 주택가에서 공허감을 느끼며 희망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은 그 권태로운 삶에서 벗어날 대안을 찾고, 이를 실행해가면서 다시금 행복을 찾는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두 사람은 자신들이 무엇을 가졌는지무엇이 필요한지무엇이 불필요한지'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름을 알게 된다. 작은 균열 하나가 수면 아래로 문제점들을 차례차례 드러내면서 뿌리 전체를 썩 히자 이윽고 에이프릴은 '떠날 수도 없지만 머물 수도 없는' 현실을 마주하며 차라리 미쳐버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한 여자와 한 남자에겐 두 개의 심장과 두 개의 몸이 다 따로 있다. 고로 '일심동체'는 어디까지나 다다를 수 없는 이상이다. 두 개의 심장과 두 개의 몸이 한집에서 매일 서로를 마주하다 보면 자주 누군가는 참거나, 외면하거나, 거짓말을 한다. 어떤 사랑이든 사랑하기 때문에, 또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무언가를 지켜내기 위해, 어떤 종류의 불행들에 대해서는 '익숙해지도록' 스스로를 길들인다.
몹쓸 정리벽이 있는 나는 이 두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인생과 결혼에 관한 교훈 몇 가지를 리스트업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이 작은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임경선, <평범한 결혼생활>
★내 생각
나도 결혼을 준비하는 친구에게, '결혼 잘 고민해봐' 라고 말한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내 자녀들에게도 결혼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거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결혼하고 싶어서 했고, 나의 독립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그 이와 결혼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어제 신랑 덕분에 벽화길을 다녀오며 행복했다.
아이들이 나 운동하라고 퇴근하고 같이 내린천 벽화길을 달리기로 했다. 아이들은 자전거로 나는 두발로.(자전거도 결국 두발을 이용하는 거다.^^)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