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말이 퇴행된 지점을 살펴보면 대부분 크거나 작은 마음의 균열이 남아 있다. 균열을 매만져주지 않으면 불필요한 곳에 힘이 실린다. 과부하가 걸린다. 휘어진 상태가 오래되면 통증이 심해지고, ‘아픔’은 결국 삐뚤어진 방식으로 표출된다. 굽은 마음을 따라 말이 부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 그 자체를 바꾸려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나’를 이해하는 일이다. 말의 장막을 걷어 올린 후 숨은 이유를 찾아내야 무엇부터 다시 시작할지 정리할 수 있다.
말의 기술만 배우는 것은 인스턴트 조리법을 익히는 것과 같다. 효과적인 기술이라면 짧은 시간 안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검증된 조리법이기 때문에 맛도 제법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요리하는 사람의 진짜 실력을 키워주지는 않는다.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최적의 처방이 될 수 있지만 기술로만 채워진 말 그릇은 언젠가는 다시 갈라지게 마련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정성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말 기술도 내게 맞게 체화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단축하려면 말하기 기술을 배우기 전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먼저 가져야 한다.
작가이자 심리상담가인 토니 험프리스는 『심리학으로 경영하라』는 자신의 책에서 자기 내면을 스스로 성찰하고 경영할 줄 알아야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상처를 피하기 위해 심리적인 방어막을 칩니다. 하지만 자신을 알아가면서 진정한 나를 만나기 시작하면 나 자신과의 관계도 좋아지는 한편, 다른 사람과도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을 알아가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은 문제가 생겼을 때 시선을 내면으로 돌린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변하기 위해 노력한다. 마찬가지로 말 그릇의 균열을 메우려면 말의 내면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말 자체를 살피기 이전에 말 속에 사는 나를 만나야 말 그릇에도 변화가 찾아온다.
김윤나, <말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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