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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매필9기] 28일차. 결국 사람의 인생은 하찮은 우연의 복수가 수없이 잠복해 있는 불길하고 의외적인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태연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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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사이다 2021. 5. 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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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에는 속편이 없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일회성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지나쳐가는 수많은 버스들과 비슷하다. 한순간 내 앞에 머무르지만 나에게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인생의 대부분은 이런 에피소드로 채워져 있다. 이야기의 세계에서 작가는 최대한 에피소드를 배제한다. 인과관계가 없는 우연은 이야기를 이끌어가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플롯의 고리를 느슨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완성되는 과정에서 작가가 보여주려고 하는 세계, 그 세계를 구현 하지 않는 에피소드는 여지없이 퇴출된다. 그러나 인생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모두에게 자기 인생의 작가라는 권능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피소드의 형태로 등장하여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버스 가운데 어떤 것이 일회성 우연이며 어떤 것이 내 인생의 플롯으로 가는 노선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무엇을 포착하고 무엇을 흘려보내야 할까.

이야기의 세계에서 에피소드는 뇌관이 제거된 지뢰와 같다고 말해진다. 그것들 대부분은 등장인물의 인생에서 영원히 폭발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누군가의 표현대로 가장 하찮은 지뢰 하나가 터져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날이 오고야 만다. 결국 사람의 인생은 하찮은 우연의 복수가 수없이 잠복해 있는 불길하고 의외적인 게임이 될 수밖에 없다. 요즘의 요셉은 이미 지뢰가 터져 두 다리를 잃었고 이제 그 사실을 탄식하기 위해 머리를 감싸안으려면 남은 두 팔이나마 잃지 않아야 했다.

은희경, <태연한 인생>

★내 생각

소설을 전체 읽어보고 싶다. 그래야 오늘의 이야기, "에피소드"와 "우연", "일회성 사건" "인생"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읽고싶은 책목록은 늘어가고, 즐거움도 커지고 있다.^^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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