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그는 이제 정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참으로 오랫동안 소설이 써지지 않았다. 매일같이 더이상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으로 하루가 시작되곤 했다. 긴 암울에서 벗어난 그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우선 그 이야기부터 시작해보기로 하겠다. 글이 잘 써지는 날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13월이나 제8요일 같은 것이다. 글이란 일년 내내 잘 안 써지게 돼 있다. 커튼을 내리고 있으면 게으르거나 무기력해지기 쉽고 그렇다고 활짝 열어놓으면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햇빛이 환하고 맑은 날엔 산만해지기 마련이다.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은 기분이 가라앉아 글이 잘 풀리지 않는다. 기분 좋은 소식이 오는 것도 반길 일이 못된다. 기분 좋은 생각이란 한번 머릿속에 들어오면 좀처럼 다른 생각에 자리를 내 주지 않는다. 반대로 안 좋은 소식이 왔다면 그건 말하나마나이다.
은희경, <태연한 인생>
★내 생각
어젯밤 이슬아님의 일간 이슬아 글을 읽으며, 너무 재밌어 혼자 깔깔 웃었다. 이렇게 글을 잘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글을 읽을 수 있는 독자여서 행복하다. 이슬아님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 닮고싶은 사람을 생각할때면, 같은 시대에 살고있는 자체가 행운이고 행복이란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작가분들도 글이 안써져서, 글 쓰기 어려워서 그토록 힘들어한다니. 나도 힘내볼 일이다.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