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책을 읽고, 읽은 만큼 글을 씁니다.
<토지>1부 1권. 박경리.
제2편 추적과 음모
1장 사라진 여자
"글공부는 하느냐?"
"예?"
놀라며 길상이 얼굴으 쳐들었다.
"노스님께서 너에게 이른 말씀이 있었다 하시더군."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예."
다시 고개를 숙이는데 목덜미에서 양쪽 뺨으로 핏기가 번져 나간다. 지척에서도 노스님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남과 같이 잠잘 생각 말고 읽었던 글 다시 읽고 썼던 글 다시 쓰고, 그러면 차츰 이치를 알게 되느니라.'
"김서방한테 일러둘 터이니 너는 사랑의 잔심부름만 하면 된다."
윤씨부인은 가라는 말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한참 만에,
"어디 얼굴 한번 들어보아라."
길상은 얼굴을 들었다. 입언저리가 파르르 떤다. 커다란 길상의 눈에 눈물이 넘쳐날 것 같다. 윤씨부인은 길상의 얼굴을 처음 대하는 것처럼 참참이 쳐다보았다.
"노스님 말씀이 옳으시다. 눈 뜬 장님이 되어서는 안 되느니라. 그럼 가보아라."
"예."
(p.349-350)
'남과 같이 잠잘 생각 말고 읽었던 글 다시 읽고 썼던 글 다시 쓰고, 그러면 차츰 이치를 알게 되느니라.'
이 말이 윤씨부인의 말인줄 알았는데, 필사하면서 다시보니 노스님(우관스님)의 말씀임을 알게되었다.
노스님과 윤씨부인 모두 길상이 글공부를 하여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과 같이 잠잘 생각 말고' 라는 말은
정말 잠을 자지 말하는 말이 아니라, "게으르게 허투로 시간을 보내지 말고 부지런히 글공부하라" 는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읽었던 글 다시 읽고 썼던 글 다시 쓰고' 라는 말은,
"공부할때는 반복하고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을 말해주는 것 같다.
나는 책읽기를 좋아한다. 어릴때는 마냥 추리소설, 공상과학 소설, 판타지소설 등이 재밌어서 보았다면 지금은 자기계발, 교양서, 수필집, 소설 등 다양하게 읽는 것을 좋아한다. 다독을 하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하나의 책을 깊이 있게 읽어내고 내가 요약하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표현해보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된다.
나에겐 정말 나에게 인생책으로 다가온 책을 두번 세번 반복해서 읽고 내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게, 다시 꾸준히 읽고싶은 책은 비폭력대화(공감대화)를 담은 <갈등의 세상에서 평화를 만나다>라는 책과, <인생도 복리가 됩니다>라는 책, <토지>이다.
'하겄십니다. 부지런히 글씨공부(글공부) 하겄십니다!'
나도 길상이처럼 다짐하고 실천하겠다.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나귀 등에 흔들리며,
'오래 사는구나.'
문의원은 아까부터 그 말을 뇌고 있었다. 돌이는 빈 나룻배가 올라가지 않나 하며 강 쪽으로 시선을 보내며 말고삐를 잡고 간다.
지나간 고초는 다 꿈과 같고 당장의 고초 역시 보내고 나면 꿈이 될 것이외다. 참으시오, 하며 윤씨부인에게 말한 그 꿈, 지나간 칠십 년을 꿈으로 친다면 문의원은 참으로 긴 꿈속에 있었던 셈이다. 수많은 죽음을 지켜본 의생으로서의 칠십 평생, 아니 오십 평생, 약수가 무표하여 죽은 생명이나 늙어서 가버린 생명, 액질에 넘어진 생명, 그 숱한 생명 말고도 흉년에 죽고 민란에 죽고 동학전쟁에다 서학교도들의 학살, 그 소용돌이 속에서 문의원은 무참한 죽음들을 목도했었다. 최참판댁과의, 아니 정확하게 말하여 윤씨부인과의 인연도 하나의 죽음을 지켜본 데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p.372-373)
수많은 죽음을 지켜본 의생으로서의 세월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역사속의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과 죽음들이 요약되어 있어서 밑줄로 그어보았다. 여러 질병에 죽고, 흉년에 죽고, 민란에 죽고, 동학전쟁, 천주교 박해에서 죽은 무고한 생명들...그런한 죽음들을 지켜본다면 얼마나 허망하고 얼마나 괴로울까...살아남는 사람은 살수밖에 없다. 살아야한다는 말도 있지만, 나라면 그러한 죽음을 견뎌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펼쳐질 토지 인물들의 이야기도 기대된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니 기쁘다. 토지 읽은 후에는 소설책도 종종 찾아서 읽어야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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