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노트북 전원 버튼을 누르고 십 분을 고민한 뒤에야 키보드에 손가락을 올린다. ㄹ과 ㅓ에는 조그맣게 양각된 선이 있는데 그건 양손의 검지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돕는 일을 한다.
그러니까 나의 세계는 그 보잘 것 없는 선으로부터 시작된다. ㄹ과 ㅓ에 양각된 선.
너무 당연해서 모두 간과하고 사는 그 선으로부터, 어떤 세계는 그런 것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몇몇개의 세계도 그곳으로부터 창조되었을 거다. 이런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자꾸만 작은 것에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바람 같은 것들.
그래 이것 봐. 일단 앉으면 뭐든 쓸 수 있잖아. 삼십 분 전의 내게 말했다. 그러나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기 때문에 그는 듣지 못한다. 애석한 일이다.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었는데, 일단 시작한 이상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으므로 나는 다음 문장을 생각한다.
<다정함의 형태> 여태현
★필사
★내 생각
키보드에 위치를 잡아주는, 살짝 볼록 튀어나온 선 두 개.
잊고 있었다. 여태현님의 이 글을 읽다가 비로소 기억해냈다. 키보드에 그런게 있었지. 양손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선이.
ㄹ 과 ㅓ에 양각된 선이 고맙게 느껴진다. 나는 이직하여 행정일을 하면서 컴퓨터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말그대로 낮동안 거의 하루종일 사용하게 되었다. 그래서, 편리한 프로그램, 컴퓨터,인터넷이라는 도구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정말 작은 이 양각된 선을 손가락으로 느껴보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도 감사를...^^
여담이지만,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오늘날의 점자를 만든 사람이 루이 브라유(Louis Braille)인데, 그의 점자를 인정하기까지 오래걸려, 그가 죽은2년 후인 1854년에 파리 맹학교에서 공식 시각장애인용 문자로 인정받게 되었고,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거의 모든 언어에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모든 것은 점에서 시작된다.
수 많은 점들을 찍어 나가다보면 그림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그리는 그림이 어떨지 아직 모르고 걱정도 되지만, 일상을 즐기며 열심히 점을 찍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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