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두시간만에 이 책에 몰입해서 다 읽었다.
꿀잠 프로젝트에 넣을 글을 찾기 위해, 좀더 다른 책도 빌려서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도서관에서 빌린 책이었다. 이 글의 어떤 내용을 발췌해야지 이런 생각도 다 잊어버리고, 정말 양순자 작가님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열심히 읽었다.
제목을 보고 좀 불편했다.
인생을 1단,2단 이렇게 분류하는것은 잣대도 없고, 이렇게 인생에 단계를 나누는 말을 쓸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어서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이 분의 지혜로움에 나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래서 별명이 인생9단이 되셨구나. 이해가 되었다. 양순자님은 37세부터 교도소 교화위원으로 활동하며 사형수 상담을 해오며, 마음을 다해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주며 살아온 분이다.
이 책 2부(사람사이 공식)에서 힘든 결혼생활로, 이혼하기 위해 10년을 준비해서(마음으로 예행연습을 하는것) 이혼을 하였고, 그러한 힘든 시기를 살아낸 이야기를 들려주신 일화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실제로, 22년을 힘든상황을 참고 살다가 마침내 이혼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ㅜㅜ
법원 가서 이혼 도장을 찍고 주차장으로 같이 나갔어. 그냥 헤어질 수 없잖아. 22년 동안 힘들게 살았는데 한마디는 해줘야지.
내가 뭐라고 했냐 하면, 남편 팔짱을 끼면서 고등학교 때 늘 당신을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결혼했던 그 마음으로 오늘 당신을 보내니까 어느 순간 어디서 만나도 내 자존심 상하지 않게 잘살아 달라고 그랬어.
이게 내 복수 이야기야.
(p.145)
이게 복수라니, 너무 말도 안되고,책을 읽는 내가 답답하고 화가날 정도였다.
이 양순자 할머니라는 분은 어떤 분이기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인걸까? 궁금했다.
(중략)
저주하고 싶었지. 저주하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차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았어. 참았어. 나를 위해서 참았어. 그 사람을 위해서나 아니라 바로 나 '양순자'를 위해서 참았단 말이야. 그렇게까지 해서 내가 지키려고 했던 게 뭐냐면, 내 자존심이었어. '당신 때문에 악쓰고 욕하면서 내 모습이 흐트러지는 짓은 하지 않겠다.' 이런 심정으로 누르고 누르고 또 누른 거야. 본심을 말하자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똑바로 살아! 너는 망가질 자격도 없어.' 이렇게 이야기를 했어야 되는 거였지.
사실 서로 안 맞아서 이혼한 것도 아니고 죽어라고 몸고생 마음고생 한 다음에 헤어지는 마당에 내가 악담 하나 안 하고 좋은말만 할 수 있었던 건 말이야. 내 '축복'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나는 경제적으로 좀 힘들겠지만 제대로 살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야.
(p.145-146)
할머니는 '10단은 성인이니까 복수 안 하고 다 포용하지만 9단은 복수' 한다고 말한다. 솔직하고, 명쾌하고, 통찰력있는 할머니의 이야기는 정말 배울게 많다.
또 할머니만의 특별한 인사말이 있다고 한다.
"당신 오늘 사람 참 잘 만났다니까. 당신에게 피해 안 주고, 거기에다 어떻게 잘 해줄까 하는 마음까지 가진 사람을 만났으니, 사람 잘 만난 거 아닌가?"
이 인사말에서, 양순자 할머니는 정말 당당하고, 자존감 있고, 거기다가 유쾌하신 분이라는게 느껴졌다.
내가 재작년에 상담실을 열었어. 나이 60이 넘어서 상담실까지 열고 대단하지 않아? 고민 있으면 놀러와. 고민 없이 와도 괜찮고.
어쨌든 그때 물건을 몇 가지 샀는데, 다른 건 별로 비싼 게 아닌데 딱 하나 비싼 게 있어. 의자야. 딱 보면 좋은 거라는 걸 알 수 있어. 그만큼 좋은 거야.
(중략)
그래, 한 사람이 조심조심 묻는 거야. 이 의자가 뭐냐고. 그래서 내가 슬쩍 웃으면서 대답해 줬지.
"이 의자는 내가 앉을 의자가 아니라 당신이 앉을 의자요. 내 마음에 당신이 쉬어 갈 빈 의자 하나 마련하는 심정으로 비싼 돈 주고 산 거니까 편하게 앉아요."
이 부분의 글을 읽으며, 저 비싼 의자에 앉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양순자 상담사님의 따뜻한 눈빛과 마주하며 상담받는 분들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내 마음에 상대방이 쉬어갈 빈 자리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남편에게조차 내 마음에 좋은 의자, 좋은 방석을 내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미안하고, 날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신랑이 참 고맙다.
2005년에 나온 이 책 <인생 9단>이후로, 양순자님은 두 책을 더 내셨다.
이 두 권인데, 2012년에 나온 <어른 공부>는 벌써 결재해서 배송되어 오고 있다.^^;
양순자 할머니, 당신의 경험과 지혜를 잔잔히 들려주시는 책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로 누리는 행복을 맘껏 누리며 책을 읽고 서평을 열심히 써야겠다. 한달독서와 함께라면 꾸준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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