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우리는 어떤 리듬으로 상대의 어깨를 두드려야 할지 잘 모른다.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이가 어릴 때는 나 역시 사람들과의 거리를 조절하는 법에 무지했다. 때로는 너무 가까이 있었고, 때로는 너무 멀리 있었다. 때로는 빨리 또는 느리게 상대의 등을 두드리곤 했다. 그래서 상대를 숨 막히게 하거나 낙심하게 만들었다.
그때 내가 거리와 속도를 조절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내게 의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나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나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싫어하는지 궁금했다. 그들이 나를 미워할까 걱정이 되었고, 그들이 떠나 나 혼자 남게 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더 자주 그들에게 실망했고 화를 내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는 잠시 숨을 수 있는 공간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을 인정하지 않을 때 우정은 족쇄가 된다. 시간이 지나 나에게도 소중한 사람들이 생겼다.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지지해 주는 가족을 만든 것이다. 더 이상 친구들이 내 전부가 아니게 된 후부터는 오히려 그들과의 관계가 편해졌다. 그들에게 내 모든 것을 걸지 않기에 그들이 내게 모든 것을 걸지 않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현실 속의 우정은 워킹타이틀의 영화들 같지 않다. 한때는 이 친구들이 아니라 더 멋지고 근사하고 좋은 친구들이 생기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그들이야말로 정말 멋지고 근사하고 좋은 친구들이었다. 또, 새로운 우정을 쌓기 위해서는 담의 높이를 조금은 낮추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정은 서로 폐를 끼치거나 입지 않고서는 성립되지 않는다.
한수희,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내 생각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는 너무 싫고 슬픈일이다.
하지만, 가족, 친구, 사람사이의 적당한 "(개인의 마음과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기 위한) 거리두기"는 꼭 필요하다. 간섭하지 말아야지. 애정으로 관심으로 사랑을 표현해야지 다짐해본다.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