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바매필11기] 7일차.

매일 필사하기

by 공감사이다 2021. 7. 6. 22:42

본문

★본문

머리를 쥐어뜯는다. 목 뒤로 긴장이 뻐근하게 뭉친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한 문장 한 문장 집중해서 읽고 밑줄을 긋는다. 이 문단과 이전 문단의 관계를 생각한다. 책에서 정의하고 있는 단어의 의미를 반복적으로 생각한다. 책의 전체 주제가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린다.

  이해가 가지 않던 책이 조금씩 조금씩 이해의 범위 안으로 들어올 때면 찰칵,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퍼즐이 맞춰지는 소리, 혹은 열쇠로 문을 여는 소리. 이 소리가 내 방의 문을 잠그는 소리가 될까 봐 서둘러 다른 책들을 책상 언저리에 쌓는다.

  이건 원하는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여러 사람이 평생 연구하고 생각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을 한자리에 앉아 배우는 일.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생각의 근육을 씀으로써 조금 더 오래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일. 세상을 보는 시각을 구석구석 넓히고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일. 그리고 학자들조차도 책에 담지 못한 삶의 장면을 가늠해 보는 일. 정신은 맑은 물에 씻은 듯 개운해진다.

  책이 암호며 퍼즐이며 도랑이며 죽비가 된다는 사실은 늘 놀랍다. 책의 바다에 빠져 어리석게 죽을까 봐 책은 책일 뿐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책은 책만이 아니라고 자꾸만 말하고 싶어진다. 삶보다 못한 것을 삶보다 위대하다 여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그래도


김겨울, <책의 말들>

★내  생각

★필사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