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필사] 7일차.인간이 바로 이야기입니다. 김영하의《읽다》

나의 성장일기(주제 없이 자유롭게 쓰기)

by 공감사이다 2021. 3. 5. 06:43

본문

★본문

저는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독서를 통해 셀 수 없이 많은 인물을 만나고, 세계의 거의 모든 도시를 여행했으며, 평생 한 번도 겪어볼 일이 없는 사건들에 연루되었습니다. 그 기억과 경험은 고스란히 제 안에 남아 있고 그 세계는 제가 직접 경험한 현실보다 훨씬 더 크고 풍부합니다. 이 세계가 모두 가짜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책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저라는 인간의 정신 안에서 고유한 방식으로 유일무이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환상에 빠져 현실을 잘못 보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환상이고, 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현실일까요? 인간이 그것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현실에 너무 집착해 자기 내면의 정신적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 문제는 아닐까요?

『돈키호테』와 『마담 보바리』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작품이 아닙니다. 어리석은 미치광이 돈키호테와 광기 어린 사랑으로 자신을 망쳐버린 에마 보바리는 세르반테스와 플로베르가 창조한 인물이지만, 그들에게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야기 속의 세계가 계속되기를 바라고, 그 안에 머물기를 원하는 우리가 거기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인물들에 매료되고 자기도 모르게 책장을 넘기며 그들의 뒤를 따라갑니다. 그러는 사이 그들이 우리의 의식을 통해 우리의 일부를 돈키호테와 에마 보바리로 바꾸어놓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읽은 소설은 우리가 읽음으로써 비로소 우리의 일부가 됩니다. 한번 읽어버린 소설은 더 이상 우리 자신과 분리할 수 없습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은 사람이라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나가사와의 말은 그런 면에서 일리가 있습니다.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두 사람의 자아 안에 공유할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이니까요. 동시에 소설도 우리를 통해 증식을 거듭합니다. 그렇게 이야기와 인간이 하나가 되면서 이야기의 우주가 무한히 확장해갑니다.

한때 저는 인간이 이야기의 숙주라 생각했습니다. 이야기가 유전자처럼 인간을 탈것으로 삼아 다음 세대로 전승된다고 믿었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세상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한 대부분의 것들을 이야기로부터 배웠고, 그것을 기준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그 해석 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그런 인간은 과연 무엇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인간이 바로 이야기입니다. 돈키호테와 에마 보바리는 비록 현실의 존재는 아니지만 김영하라는 생물학적 존재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살아남을 것이고 앞으로도 증식을 거듭할 겁니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 그것은 인간이라는 어떤 우월한 존재가 책이라는 대량생산품을 소비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라는 이야기가 책이라는 작은 틈을 통해 아주 잠깐 자신을 둘러싼 거대한 세계와 영겁의 시간에 접속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바로 이야기이고, 이야기가 바로 우주입니다. 이야기의 세계는 끝이 없이 무한하니까요.

김영하의 《읽다》중에서.

★내 생각
인간이 바로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는 이야기에 그토록 빠져들고 좋아하는구나 생각이 든다.
김영하님의 <읽다>,<쓰다> 시리즈가 좋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꼭 읽고싶다.
오늘 곰돌이빵님이 주신 문장들이 참 좋았고, 나는 또한 강렬하게 읽은 다음 문장을 기억하고 싶다.

"인간이 현실과 환상을 어디까지 분명히 구분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현실에 너무 집착해 자기 내면의 정신적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 문제는 아닐까요?"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을 중요시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라서, 보이지 않는 내면이 중요함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리는것 같아 너무도 안타깝다. 우리의 내면도 현실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세대가 이용하는 디지털세계도 현실이다.

★필사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