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버스의 덜커덩거림이 좀 덜해졌다. 버스의 덜커덩거림이 더하고 덜하는 것을 나는 턱으로 느끼고 있었다. 나는 몸에서 힘을 빼고 있었으므로 버스가 자갈이 깔린 시골길을 달려오고 있는 동안 내 턱은 버스가 껑충거리는 데 따라서 함께 덜그럭거리고 있었다. 턱이 덜그럭거릴 정도로 몸에서 힘을 빼고 버스를 타고 있으면, 긴장해서 버스를 타고 있을 때보다 피로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열려진 차창으로 들어와서 나의 밖으로 드러난 살갗을 사정없이 간지럽히고 불어가는 6월의 바람이 나를 반수면상태로 끌어넣었기 때문에 나는 힘을 주고 있을 수가 없었다.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로 되어 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살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低溫)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을 에워싸며 버스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 저편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기, 그런 것들이 이상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햇빛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어하고 조용히 잠든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승옥, <무진기행>
★내 생각
플백(카카오프로젝트100)에서 수면기록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어서, 수면제 이야기에 눈이 번쩍!
무진기행에 이런 구절도 있었구나 싶다.
소설속 화자가 이야기하는
"햇빛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정말 지구상의 어떠한 약보다 상쾌한 약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그 수면제를 통해 상쾌한 잠을 자려고 너도나도 지갑을 열 것 같다.
이런 천연수면제가 아니라면, 지금 시판되는 인공적인 수면제 복용은 되도록이면 안하시길 바란다.
꿀잠 프로젝트 '오늘의 주제'로 쓴 수면제에 대한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digitalmom-silverbell.tistory.com/118
[인증 20일차] 수면제에 대하여.
오늘의 글귀입니다. 오늘은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의 14장에서 가져왔습니다.(401~412쪽) 잠자기 전에 두 알을 먹어야 할까? 지난 한 달 동안, 미국에서는 거의 1천만 명이 일종의 수면 보조제를
digitalmom-silverbell.tistory.com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