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무언가 화가 나고 예민해질 때는 그 원인이 상대인 경우보다 내 자신인 경우가 많다. 시어머니랑 통화하던 중에 “저녁 차려?” “저녁은 먹었어?” “저녁은 뭐 먹어?”라고 하시면 ‘아들 굶길까 걱정이신가, 왜 자꾸 확인하시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게 부정적으로 느껴진 날은 그날 저녁을 안 차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도 전화를 걸면 “어머니, 식사하셨어요?”라고 인사차 묻곤 하는데 아무런 의도는 없다. 내가 그 평범한 말을 그렇게 받아들인다는 건, 내 안에 무언가가 나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다. 남편에게 저녁을 못 차려줘 마음이 불편한데 자꾸 “밥 먹었어?”라고 물으니 그 말이 싫은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것을 ‘투사’라고 한다. 내 안에 있는 불순물을 상대에게 던져버리는 것이다. “저 사람은 왜 저래?” “말을 어떻게 그렇게 하지?” “왜 나한테 시비야?”라고 상대를 탓하지만, 사실은 내 안에 버리고 싶은 모습을 상대를 통해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곱지 않은 생각과 말이 불쑥 튀어나오려 들 때, ‘내가 진짜 화가 나는 이유가 뭐지?’라고 내 마음의 핵심에 들어가서 살펴봐야 한다. 그러면 진짜 원인에 근접하게 되고, 그 원인을 알면 그 사람에 대한 마음도, 거친 나의 말도 많이 순화된다.
말과 마음은 따로 갈 수 없다. 이혜인 수녀나 혜민 스님처럼 마음이 고요한 사람은 말도 글도 곱다. 그들의 글과 시는 참 평화롭고 그들의 마음이 어떠한지 그대로 비쳐주는 것 같다. 마음이 괴팍하면서 말이 곱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언어는 결코 스킬로만 정화될 수 없다. 마음이 정화되어야 말도 맑아진다.
나는 “말을 참 부드럽고 따뜻하게 하시네요”라고 칭찬을 들을 때가 참 좋다. 그러나 나도 화가 나면 무서울 만큼 차갑고 비난하는 말을 한다. 불합리한 일을 당하거나 부드럽게 얘기해도 막무가내인 사람에게는 또박또박 따져가며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그렇게 말하고 나면 언어를 무기로 사용한 내가 부끄럽고 싫을 때가 있다. 내가 날카롭게 말을 한 것은 내가 고운 말을 몰라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화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감정을 먼저 돌보지 않으면 말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불쑥 화가 나 남편에게 바로 말을 꺼냈다가 큰 싸움이 된 적이 많아서, 지금은 한 마디 툭 던지기 전에 일단 참는다. 그리고 내가 화난 진짜 이유를 계속해서 생각해본다. 오늘 육아로 너무 힘든 하루를 보내 지쳐서인지, 위로를 받고 싶은데 못 받아서인지, 내 할 일이 쌓여 있어 스트레스를 받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로 남편에게 서운한 게 있는 것인지.
요즈음 여러 번 연습해보니 한 번 참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화의 원인을 제대로 알고 나면 다르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내가 해야 할 일이 밀려서 예민한 상태였다면, 남편에게는 하려던 말을 참고 내가 미뤄두었던 일을 차근차근 하면 된다. 위로와 인정을 받고 싶어서라면 “나 오늘 몸이 안 좋은데 아이도 감기에 걸려서 병원 다녀오느라 너무 힘들었어. 나 좀 토닥토닥해줘”라고 말하며 위로를 받으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감정을 다양한 단어로 세밀하게 표현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화가 나’ ‘짜증 나’ 정도로 내 감정을 이해하면 화내고 짜증만 내게 된다. 하지만 좀 더 디테일하게 감정을 살펴보면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 ‘사실은 굉장히 실망해서 그랬구나’ ‘이해받지 못한 아쉬움에 그랬구나’ ‘내 기대치에 못 미쳐서 그랬구나’ ‘질투가 났었구나’라고 다양하게 표현해보면 ‘화’가 아닌 다른 감정이 느껴진다. ‘아쉬움’ ‘실망’ ‘질투’ ‘부담감’ 등과 같이 진짜 감정을 이해하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고 부드러운 대화로 풀 수 있는 방법이 보인다.
욱하며 무언가 말로 확 튀어나오려 할 때 잠시 참고 마음을 고요히 들여다보면, 그 원인은 엉뚱한 곳에 있을 수 있다. 친구의 거친 말에 화가 났지만, 사실은 내 안에 있는 콤플렉스 때문일 수 있고, 내게 부탁하는 동료에게 너무 화가 났지만 사실 내가 너무 지쳐 있어 그랬을 수 있다.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그 감정이 ‘화’가 아닌 다른 것은 아닌지 내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금 더 마음을 들여다보며 나의 진짜 감정을 만나면 해결책을 찾게 되고, 괜한 사람에게 상처받거나 거친 말을 내뱉지 않을 수 있다. 내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면 나의 언어는 더 유연하게 다스릴 수 있다.
감정의 주변을 맴돌며 씩씩거리지 말고 고요히 마음의 중심으로 들어가자. 마음이 평온해지면 말은 자연스럽게 평온해진다.
강미정, <말하기의 디테일>
☆내 생각
내 마음에 '화'가 일어날때, 일단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자. 얼마전 내가 화난 상황을 떠올려보니 아이의 안전에 대한 걱정, 답답함, 나 자신에 대한 화 이기도 했다.
감정의 주변을 맴돌기만 하지말고, 고요히 내 마음의 중심으로 들어가자!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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