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매필9기] 30일차. 상실은 고통의 형태로 찾아와서 고독의 방식으로 자리잡는 것이었다.<태연한 인생>
★본문 어두운 극장의 구석 자리에 앉아 어머니가 보고 있었던 것은 영화가 아니라 스크린일 뿐이었다. 영사기가 돌며 보여주는 것은 흘러가는 시간이었고 그동안 어머니의 왼쪽 가슴 아래에서는 자기 삶에서 고통을 추출하는 원심분리기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고통의 분량이 많을 때는 영화 상영 1회분의 시간을 더 설정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어머니는 매번 영화가 끝난 뒤 고통이라는 침전물이 담긴 자신을 조심스럽게 움직여 환한 극장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제 몫의 인생 속으로 태연히 되돌아갔던 것이다. 그 침전물이 고통이 아니라 고독이었다는 걸 류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가난한 유학생이 외국인의 입주 가정부가 되어서 창밖을 바라보며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던 어떤 여름 오후, 스러지는 햇빛 아래 나무의 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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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30. 0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