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매필8기]11일차.적의에 오래 노출되고도 괜찮은 사람은 여기든 거기든 없을 거야. <옥상에서 만나요>
★본문 냉장고 아래 칸에서 재료를 꺼내고 있을 때, 평소 나를 싫어하던 선배가 위 칸을 갑자기 여는 바람에 날카로운 모서리에 찍혀 이마를 다쳤어. 누군가 급히 건넨 냅킨으로 찢어진 부위를 누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울고 말았어. 조용히 운 것도 아냐. 왈칵 울었어. 서른명이 복작거리는 주방에서 소리를 죽이지 않고, 겉껍질이 떨어져나가 속살이 드러난 크루아상처럼 서러웠어. 그날만은 그 선배도 잘해주었지만, 문을 벌컥 여는 행동의 저 바닥에는 분명 적의가 있었다고 생각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말이야. 금방 떠나버릴 외국인, 무책임한 외국인, 질 나쁜 외국인, 그런 취급을 받으면 서도 언제나 모른 척 웃고 있었으니까. 진짜로 웃지 않는 걸 들켜 버려서 더 미움받았으니까. 적의에 대해 생각해. 적의에 오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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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11. 0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