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매필12기] 8일차. 산책은 무용한 삶에 대한 우울함의 연습이다. <걷는 생각들>
★본문 나의 대부분의 날들은 우울하다. 가끔, 아니 자주, 점점 내가 우울증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주 간헐적으로 우울증이라고 단정하기 직전에 한 번씩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마치 죽기 직전의 식물에게 물을 듬뿍 주면 갑자기 생생해지는 것처럼, 행복한 고문은 우울의 일상화가 절정에 달할 때 한 번씩 오는 열대성 소나기 같다. 산책의 좋은 점은 걸으면서 ‘행복해졌다’가 아니라 ‘우울함을 받아들이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삶의 허무함은 산책의 허무함과 흡사하다. 어차피 돌아올 길을, 그것도 똑같은 길을 뭘 그리 매일 다녀야 할까. 그런데도 매일 똑같은 길을 나서면 한 번도 같지 않은 내가 있고, 타인이 있고, 세상이 있다. 그냥 걷는 것이고 그냥 사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럴 때 덜 우울해진다. 산책은 ..
매일 필사하기
2021. 8. 8. 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