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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매필12기] 7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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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사이다 2021. 8. 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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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참으로 다른 친구다. 뭐 하나 같은 것이 없다. 그녀의 선택은 언제나 모범적이어서 어릴 때부터 우리 엄마의 ‘워너비’였다. 의사 선생님이 되고, 같은 병원의 선배와 결혼해서 딸, 아들을 낳아 잘 키우고 있는 그녀. 그녀는 언제나 나의 불안정한 선택, 불확실한 모험을 조용히 걱정해주었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녀는 이 사회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자신이 선택하는 가장 ‘자기다운 방식’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의 불안정한 선택들에 대해 언제나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건 하지 말았으면 해’, ‘꼭 해야겠니?’라는 메시지를 표정으로 표현하지만, 그럼에도 늘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친구다.

“나는 너를 통해 자유롭게 살아보는 것 같다. 내가 살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너를 통해서 나는 다른 세상을 보며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고맙고, 그래서 미안하다. 공짜로 너의 삶을 사는 것 같아서.”

마스크를 써서 다행이다. 코끝까지 가린 마스크 덕분에 눈물이 나오자마자 마스크 안으로 쏙 들어가 손수건이 되어주었다. 나 역시 그녀의 삶을 그녀를 통해 살아가고 있다. 내가 살아볼 수 없는 삶을 같이 살아가는 것, 아마도 전생에 산책하며 나란히 걸었던 인연이 현생에서 친구로 다시 만났는지도 모르겠다. 별다른 말은 없었다. 편한 사이일수록 말이 필요 없는 듯하다. 침묵 사이를 걷는 것은 신뢰 사이를 걷는 것과 같다.

우리는 친구를 통해 다른 삶을 살아본다. 한 번뿐인 삶인지라 내가 택한, 또는 내게 주어진 삶에 열중하느라 살아보지 못한 다른 삶을 내 친구가 나를 대신해 살아간다. 그것이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그 삶은 어쩌면 내가 약간의 지분을 가진 또 다른 나의 삶인지도 모른다.

둘의 산책은 밤이 좋다. 적막 사이로 둘만 비춰주는 달이 좋다. 한여름 밤에는 꿈을 꾸듯 친구와 길을 나서면 나의 삶과 그녀의 삶이 몇 번씩 교차되는 두 삶을 걷게 된다. 여름밤의 마술이다.

친구, 다른 길을 함께 걷는 사람.

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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