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우리 삶에 대해 드는 생각.

카카오 오픈채팅방 "공심재 글쓰기 & 독서 이야기방"에서 화몽님이 공유해주신 글.

작가 정지우님의 페북글이라고 합니다.

 

근래 들어, 상류층의 삶에 대한 전시와 과시, 관음이 기이할 정도로 문화 전반을 뒤덮고 있다고 느낀다. TV 프로그램들도 예전에도 과연 이런 프로그램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채널을 돌리는 곳마다 온통 연예인들이나 그밖의 샐럽들의 화려한 삶을 보여주기에 여념이 없다. 당연히 TV만 그런 건 아니고, 오히려 이런 현상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시작되었을텐데, 다들 어찌나 저렇게 잘 사나 싶을 정도로, 한강이 보이는 집이 없는 사람이 없는 것 같고, 다들 몇백만원 하는 명품은 기본 세팅으로 들고 있는 것만큼 무수한 소비와 과시와 전시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이제는 무소유를 설파하던 종교인마저 그런 대열에 합류해서 삶을 과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사람이 어느 정도 자기의 행복을 드러내고, 그런 행복을 타인들로부터 확인받고, 그럼으로써 조금 더 행복해지는 일이란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특히, 나는 친한 사람들끼리는 불행배틀을 하는 것보다는, 서로의 행복한 지점에 관해 이야기하고 북돋아주는 것이 역시 더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근래 보이는 '행복 경쟁'은 단순히 실제로 나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을 공유하면서 서로가 더 진정한 행복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관계 맺기의 과정이라기 보다는, 그야말로, 자신이 얼마나 상류적인 이미지들을 소유하고 있는지 과시하는 경쟁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문제는 실제로 상류층들만이 그런 과시에 몰두하는 걸 넘어서서, 상류층이 아닌 사람들도 자신을 그런 '상류층 이미지'로 전시하기만을 좋아하게 되어간다는 점이다. 원룸에 살더라도 5년 할부로 산 벤츠 자동차키를 자랑한다든지, 매일 편의점 도시락을 먹더라도 호캉스를 떠난 하루를 전시하고, 값비싼 장소나 아이템을 자랑하는 일에 상당히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온 세상이 정말로 그런 풍요로움으로만 넘쳐나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렇게 드러나지 못하는 삶의 측면들은 잘못된 것 같고, 나아가 나는 항상 그런 화려한 상류적 이미지에 속한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는 피해의식도 양산하는 것 같다.

세상을 뒤덮고 있는 이미지들은 거의 다 그런 이미지들이고, 세상을 들썩이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대개 부부 합쳐 연봉 1억쯤 되는 가정의 10억 내외의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세상에는 억 단위로 돈을 벌었다는 재테크 고수들이 온갖 매체들을 뒤덮고 있고, 부를 벌어들인 여러 인플루언서들만이 더욱 주목받으며 더욱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그런 삶들이 많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전체의 20% 혹은 10% 내외를 넘지 못할 것이다. 나머지 삶들은 숨어 있고, 좌절하며, 피해의식에 휩싸이고, 어두운 방에서 화려한 이미지를 구경하는 삶으로 남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회 전반적으로 어떤 보이지 않는 체념이 확산되고, 좌절과 실패는 숨겨야 할 것, 나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내면의 압박, 우울증, 상대적 박탈감의 그늘은 점점 더 심화되는 것 같다. 그 와중에도, 상류층들은 상류층들대로 자신보다 더 잘사는 사람들에 대한 피해의식과 상대적 박탈감에 정신 못차리고 더 화려함을 좇는 데 몰두하고, 그 바깥에서 소외된 삶들만이 무덤처럼 쌓여간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만 해도 4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고, 특히, 서비스업이나 기타 자영업 관련되어 애초에 고용이 불안정한 직종들이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자산격차도 매우 심각해지고 있고, 세상이란, 결코 눈에 보이는 것만큼 밝고 화려하지 않다. 이런 시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과연 누구에게 이런 시대와 문화가 좋은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어떤 종류의 피해의식, 좌절, 체념, 포기, 절망만이 그 이면에서 괴물처럼 커지고 있는 사회가 아닌지 참으로 의심스럽다.

 

_ 작가 정지우의 페북글.

 

 

사진 출처 https://aknextphase.com/living-your-best-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