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매필8기] 27일차. 이 해방감이 내가 인생의 한 단계를 조리 있게 끝맺음한 데 대한 보답으로 얻어진 다음 단계에 보너스로서 곁따라온 것
★본문 하기야 나 역시 지난 이십 년 동안 잘도 견디며 살아왔던 초라한 지방도시로부터의 해방감으로 몹시 들떠 있긴 했다. 어머니가 ‘기차칸과 서울 거리의 쓰리꾼들’에 대비하여 팬티자락에 재봉틀질로 봉해준, 내 허벅다리 맨살에 거북스런 감촉을 주고 있는 돈다발을 바지 위에서 슬그머니 어루만져 확인하곤 할 때마다 그 해방감은 더욱 내 어금니를 간지럽혔다. 물론 그 돈은 대학교 입학금, 등록금, 교복값, 책값, 한 달치 하숙비, 이발값, 교통비 따위로서 어머니가 연필심에 몇 번씩 침을 묻혀가며 빠듯이 계산한, 한푼의 여유도 없는 돈이었으나 어떻든 그 돈은 나만을 위해서 쓸, 내 손으로 세어서 줄 내 돈인 것이었다. 그때까지 한 번도 만져본 일조차 없는 많은 액수의 돈을 어머니의 간섭 없이 고스란히 내가 관리할..
매일 필사하기
2021. 4. 27.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