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매필12기] 4일차. 이제는 오히려 너무나 명료한 것들이 더 두려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칼로 벤 자국처럼 선명한 말이나 확신에 찬 주장 같은 것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은 상상조차 ..
★본문 어렸을 때 귀신은 무섭고도 흥미로운 존재였다. 방학을 맞이해 큰집에 놀러 가면 밤마다 사촌 언니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그러면 상냥한 언니는 지겨워하지도 않고 어린 나에게 귀신 이야기를 들려줬다. 내 다리 내놔 하며 쫓아오는, 원한 맺힌 여자의 이야기나 창틀에 팔을 괴고 가만히 앉아 있던 어여쁜 여자가 알고 보니 몸뚱이 없는 귀신이어서 팔꿈치로 걸어왔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 어찌나 탁월한 이야기꾼이었는지 언니는 적절한 순간에 호흡을 멈추어 호기심을 자아내거나, 긴장을 고조시켜야 할 때는 목소리를 점점 더 높일 줄도 알았다. 그러고 보면 내가 소설가가 된 것은 이렇게 이야기들로 나의 혼을 빼놓은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에는 무서운 이야기를 꽤 좋아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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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4. 0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