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매필9기] 2일차. 우리는 침묵에 함께 몸을 담근 채 서로 연결된다. 동시에 침묵함으로써 비로소 서로를 듣는다.<말하기를 말하기>
★본문 대화가 잘 통하는 사이는 참 소중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침묵을 나눌 수 있는 사이다. 이런 침묵은 몇몇 가깝고 특별한 사이에서 일어나는 대화의 한 형태다. 함께 나눈 수많은 대화와 함께 보낸 수많은 시간의 결과로, 우리 사이에는 실핏줄을 닮은 무언의 통로 같은 것이 생겨나 있다. 적어도 서로를 오해하지 않으리라는 신뢰와, 무언가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거기 있음을 안다.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큰 것들─아름다움, 장엄함, 벅참, 슬픔, 일상 등등─ 앞에서 작아지는 순간들에 침묵이 깃들곤 한다. 이를테면 유독 아름다운 노을을 나란히 바라볼 때, 말은 점점 잦아들고 조금씩 침묵이 차오른다. 때로는 이 와인처럼 감미로운 침묵을 서로에게 천천히 따라주는 것도 같다. 어떤 침묵은 타르처럼 굳어가면서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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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