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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매필] 6~10일차. <감옥으로부터의 사색>필사

나의 성장일기(주제 없이 자유롭게 쓰기)

by 공감사이다 2021. 2. 4. 09:13

본문

 

 

 

 

6일차.

★본문

✒ 2/6 

엄지의 굳은 살

부모님께.

더위가 시작입니다.
더위를 먹어 밥을 남기며, 곬을 타고 내리는 땀지렁이를 문지르며, 빈대를, 모기를 죽이며, 장마나 기다리며, 차라리 그 지겹던 겨울을 그리워하며...

이번 여름은 구두 일이 많아 사실 더위를 상세히 느낄 여가도 없을 정도입니다.
제가 맡은 일이란 하루 10여 족(足)의 갑피(甲皮)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별 뼛심드는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바른손 중지(中指)의 펜에 눌려 생긴 굳은 살이 사라지고 이제는 구두칼을 쓰느라 엄지 끝에 제법 단단한 못자리가 잡혀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견 손가락 끝의 작은 변화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고 흐뭇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사색 #아바매필 #아바매글 #사색필사

★필사

 

 

 

 

★내 생각

"징역살이 중 구두를 만드는 노동시간이 있었다고 해요."

라고 필사모임 리더 선영님이 덧붙여주셨다.

신영복님의 책을 찬찬히 읽고 있지는 못하고 있지만, 오늘 글을 보며 든 생각은 그 분의 '섬세함' 이였다. 더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에는 그렇게 더운 여름날 감옥에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고, 그 지겹던 겨울은 또 어땠을까 싶다.

그런데 구두 일이 많아 더위를 상세히 느낄 여가도 없으시다고 한다. ㅜㅜ

구두칼로 하루에 10여 족의 갑피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시며, 엄지 끝에 단단한 못자리가 생길정도로 하셨다고...

하시지 않던 일이니 고되고 불만이 생길법도 한데, 엄지의 단단한 못자리를 반가워하며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부모님도 이 편지를 받으시고 걱정은 되셨겠지만 든든한 마음이 드셨을 것 같다. 

나는 부모님께 이렇게 편지를 드린게 얼마나 되었는지...몇년전 어버이날에 편지를 쓴 후로 편지를 쓴적이 없다. 그렇다고 아빠랑은 대화도 길게 하지 않는편이니...죄송스럽다. 이번 설에는 날짜맞춰서 못뵙더라도 편지를 띄워야겠다. 내 이야기를 담고 마음을 담아야지. 

 

7일차.

★본문

✒ 2/7 


봄볕 한 장 등에 지고


부모님께.

창살 무늬진, 신문지 크기의 각진 봄볕 한 장 등에 지고 이윽고 앉아 있으면 봄은 흡사 정다운 어깨동무처럼 포근히 목을 두릅니다. 문득, 난장촌초심 보득삼춘휘, "지극히 작은 자식의 마음으로 봄볕 같은 부모의 은혜를 갚기 어렵다"는 불우했던 맹교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봄 볕뉘는 아무래도 어머님의 자애입니다.
『한국 현대사론』은 한 외국인의 소박하나 피상적인 개략이었습니다. 근대사를 외국인의 시각에 의해서 일응 객관화해 본다는 의의는 있겠습니다. 한우근의 『개항기의 상업연구』 한번 읽고 싶습니다. 김용섭의 『이조 후기 농업사 연구』의 목차를 대강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겨우내 별로 글씨 쓰지 못하여 화선지도 그래도 남아 있습니다. 이제 이달부터 버들강아지 봄눈 뜨듯 부지런히 쓰려 합니다.
3월이라지만, 겨울은 아직도 어느 응달녙에 숨어 있다가 되돌아와 한 차례 해코지를 한 다음 못내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물러갈 것입니다. 작년이던가, 개나리가 피다가 얼어버린 측은한 기억이 있습니다. 꽃이 얼다니. 저희는 예년과 같이 아직도 겨울 내의를 벗지 않고 있습니다.

                                                                      1977.3.2.

★필사

 

 

 

 

★내 생각

봄 볕뉘는 아무래도 어머님의 자애입니다.

 

이 문장이 좋아서 '볕뉘'를 찾아보았다.

 

볕뉘 : 볕의 그림자. 햇볕을 은덕(恩德)으로 여기며 고맙게 이르는 말.

 

이라고 한다. 태양빛은 정말 어디든 비춰주고 생명을 키워내는 역할을 해준다. 어머니의 마음도 이렇게 우리를 늘 보살펴주시고 키워주신다. 엄마가 있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생각든다. 

terms.naver.com/entry.nhn?docId=1668857&cid=50802&categoryId=50812

 

볕뉘

볕의 그림자. 햇볕을 은덕으로 여기며 고맙게 이르는 말. 조선 시대 학자 남명 조식(曺植)의 ‘三冬(삼동)에 뵈옷 입고’라는 시조에 ‘구름 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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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차.

★본문

✒ 2/8

하늘의 비행기가 속력에 의하여 떠 있음에서 알 수 있듯이, 생활에 지향과 속력이 없으면 생활의 제측면이 일관되게 정돈될 수가 없음은 물론, 자신의 역량마저 금방 풍화되어 무력해지는 법입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사색 #아바매필 #아바매글 #사색필사

★필사

 

 

★내 생각

무려 1976년에 쓰신 글이다. 신영복님이 '가사'에 대해 말씀하신 대목이 조금 불편하긴하지만 현재는 인식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갖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가사'도 일이다. 

내 동창친구가 아기 출산을 앞두고있는데 1~2녀간 신랑이 전업으로 아기를 키우며 살림을 하고 내 친구가 일(자영업)을 계속 나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자든, 남자든 '가사'와 '육아'도 '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사회의 인식이 더 폭넓어지고 서로 존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

 

9일차.

★본문

✒ 2/9

10년. 저는 많은 것을 잃고, 또 많은 것을 버렸습니다. 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버린다는 것은 상추를 솎아내는,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사색 #아바매필 #아바매글 #사색필사

★필사

★내 생각

버리는 것을 더 큰 것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신영복님의 생각과 실천모습에 정말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10일차.

★본문

✒2/10

바깥은 언제나 봄날

아버님께

늘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그나마 변함없이 변하는 것은 계절뿐이라지만 그것도 실상은 춘하추동의 '반복'이거나 기껏 '변함없는 변화'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이르면 우리는 다시 닫힌 듯한 마음이 됩니다.

이렇듯 닫힌 마음에 큼직한 문 하나 열어주듯, 지난 24일 하루는 '사회'(저희들은 담 바깥을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회 사람, 사회 김치, 사회제(製)...)에 다녀왔습니다. 회덕에 있는 산업기지개발공사를 들러 청주댐 공사장을 견학한 우량수 사회참관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가장 놀랐던 것은 엉뚱하게 '바깥'은 봄철이 아니라 뜨거운 여름이었다는 착각의 발견이었습니다. 계절의 한서(寒暑)에 아랑곳없이 우리의 머리 속에 그리는 바깥은 언제나 '따스한 봄날'이었던 것입니다. 수인들의 해바라기같이 키 큰 동경 속에서 '바깥 사회'는 계절을 이어가면서까지 한껏 미화되었던 셈입니다.
 
더위에 후줄근한 길가의 쇠비름이며, 공사장의 남포소리와 풀썩이는 먼지, 시골 아낙네들의 걷어붙인 옷자락... 바깥은 한더위의 한복판이었습니다. 다만 직진의 고속도로 위 그 선명한 백선과 상점에 진열된 마치 기념사진 속의 아이들같이 단정한 과실들의 대오만이 유독 여름을 거부하는 어떤 '질서'의 표정 같았습니다.

돌아와 소문(所門)을 들어올 때, 우리는 잠시 거기 접견실 부근을 서성이는 가족들의 마음이 되었습니다.

                                                                                           1977.6.29.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사색 #아바매필 #아바매글 #사색필사

★필사

★내 생각

신영복 선생님은 이 편지글을 감옥에서 10년정도 보내셨을 때 쓰신걸까.

아, 자유없이 감옥에서 10년을 사는 생활을 한다면....가늠이 안된다.

이 글을 통해 '바깥은 언제나 봄날'일거라는 그분들의 '사회'를 향한 동경과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짐작을 해본다.

 

우리가 가장 놀랐던 것은 엉뚱하게 '바깥'은 봄철이 아니라 뜨거운 여름이었다는 착각의 발견이었습니다.

 

이 문장에서 "뜨거운 여름"은 말그대로 '여름의 더위'를 말하기도 하지만, 사회의 '삭막함', '혼란스러움','어지러움' 등을 말하는 것 같다.
"더위에 후줄근한 길가의 쇠비름이며, 공사장의 남포소리와 풀썩이는 먼지, 시골 아낙네들의 걷어붙인 옷자락... 바깥은 한더위의 한복판이었습니다." 라고 말한 것을 보면 말이다. 

신영복 선생님은 교도소에서 보는 '사회'는 아름다운 봄날 이지만, 실제는 그렇진 않다고 말한다. 뜨겁고, 삭막하고, 혼란스럽고, 복잡하다는 말 같다. 혼란과 복합함이 사회의 특징이고 그래도 '개인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 여전히 사회가 살만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교도소와 같이 '질서'만을 중요시하고 짜여진 곳에서 그렇게 오래 지난다면 너무 힘들것 같다. 거기에 적응이 될 수도 있겠고, 사회에 나와서 적응이 어려울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영복 선생님은 그 안에서도 책을 읽고, 쓰고, 사색하며,(또한 노동도 하며)자신을 성장시켜갔을 것이다.

 

돌아와 소문(所門)을 들어올 때, 우리는 잠시 거기 접견실 부근을 서성이는 가족들의 마음이 되었습니다.

 

나는 마지막 문장에서 눈물이 핑 돌고 마음이 아팠다. 접견을 오는 가족들의 마음이 되어보셨을 그분들의 마음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이 책을 차근히 읽어가야겠다. 신영복 선생님이 이렇게 소중한 글을 남겨주심에 감사하고, 아바매필 리더님, 멤버들과 함께 필사하며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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