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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매필13기] 17일차. 완벽주의적인 노력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네 명의 완벽주의자>

공감사이다 2021. 9. 16. 21:27

★본문

완벽주의적인 노력은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예컨대,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어서 삶의 모든 영역을 통제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완벽주의자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까지도 통제하고 싶어 한다. 완벽주의자는 내 생각, 감정, 행동을 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도 통제하고 싶어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못하도록 막고 싶고, 좋은 인상만 주고 싶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완벽주의는 통제 욕구가 높게 나타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이때 통제 욕구가 높은 수준을 넘어 극단적으로 발현되면 심리학 용어로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로 이어지기도 한다. 강박장애는 강박사고(원하지 않는 생각)와 강박행동(원하지 않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불안 증상을 말한다. 완벽주의와 강박장애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목표가 다르다는 데 있다. 강박장애는 통제력을 회복해서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이 주목표인 반면, 완벽주의는 완벽하게 해내서 비난을 최소화하는 것이 주목표가 된다.

(중략)

이렇게 완벽함을 강박적으로 추구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실수를 저질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수는 불확실성을 내포한다. 어떤 실수를 했을 때 관대하게 용서를 받을 수도 있지만, 작은 실수인 것 같은데 해고통지서를 받을 수도 있다. 예측 불가능하면 불안해지고, 뭐라도 해야 안심이 된다. 그래서 실수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이게 된다.

관용이 없는 사회 상황도 통제력 상실의 두려움에 한몫을 한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실수를 시인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실수 자체보다도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훨씬 두렵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아니,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해?”라며 질책할 상사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싫지만, 사실은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될까 봐 더 걱정한다. 그런데 만약 작은 실수조차 두려워하는 사람의 곁에 따뜻한 멘토가 있다면 어떨까? 수심 가득한 얼굴로 실수를 고백했을 때 침착한 태도로 문제의 발생지점과 해결 방법을 넌지시 알려줄 조언자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는 자신의 실수를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볼지도 모른다.

우리는 실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실수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사실 완벽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을 실수의 측면에서 비교해보면 실수의 양이나 빈도, 수행 결과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말을 잘 못 알아 들고 재차 질문을 하게 될 수도 있고, 깜박하고 서류를 집에 두고 올 수도 있고,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나올 수도 있다. 누구나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다. 다만 완벽주의자는 실수를 많이 한다기보다 실수를 더 오래 기억하고 ‘더 잘했어야 했는데’라는 말을 많이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네 명의 완벽주의자>  이동귀, 손하림, 김서영(연세대학교 상담심리연구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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