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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매필12기] 26일차. 간섭하기가 행복에 불리한 이유는 간섭이 삶의 중심을 '자기'에게서 '타인'으로 바꿔놓기 때문이다.<아주보통의 행복>

공감사이다 2021. 8. 25. 19:32

★본문

모두가 모두에게 간섭할 정당성을 부여받은 양, 간섭의 범위는 가족, 친구, 조직을 넘어 불특정 다수에게로 확산되고 있다. 어른들은 '쓴소리’라는 이름으로, 네티즌들은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삶에 무례하고 무분별하며 무차별하게 끼어든다. 인터넷 댓글에는 타인의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대한 무례한 간섭과 잔인 하고도 무책임한 참견이 넘쳐난다.

우리 사회가 간섭 사회로 향하게 된 이유는, 생활의 경 계는 개인주의적인데 '자기 (self)'의 경계가 집단주의적 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집단주의적 자기를 가지고 개인주의적 삶을 추구하다 보니 간섭을 싫어하면서도 간섭을 하게 되는 덫에 걸리게 되었다는 뜻이다.

모두가 개인의 취향을 추구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두가 동일한 선택을 하게 되는 현상이 그런 예다. 겨울에 중고등학교 교실을 보라. 학생들 모두가 개인의 취향을 추구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검은색 롱패딩을 입고 있지 않은가?

간섭도 마찬가지다. 간섭받지 않을 개인주의적 가치를 '위계'와 '집단'을 중시하는 집단주의적 자기가 실천하 다 보니 모두가 간섭받지 않을 자유를 추구하지만, 모 두가 타인의 삶에 간섭하는 역설을 보이는 것이다.

이쯤에서 생각해볼 사람들이 행복 천재들이다. 행복 천재들은 간섭이라는 바이러스가 없는 무균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유의 공기를 만끽하기 위해 일부러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존재들이 고, 평가와 감시와 비교가 존재하지 않는 제3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문화를 즐기고 예술에 탐닉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남들의 시선이 존재하지 않아도 불편해하지 않으며, 자연 속에서, 어둠 속에서 자발적 격리를 실천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소유의 억압을 피하기 위해 경험을 구매하는 존재 들이고,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돈으로 시간을 사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모든 행위는 자유를 향하고 있다.

행복 천재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들은 간섭받지 않을 뿐 아니라 타인을 간섭하지도 않는다. 조언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기를 꺾는 쓴소리를 하지 않는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다'는 비유를 들어 부당한 참견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중략)

간섭하기가 행복에 불리한 이유는 간섭이 삶의 중심을 '자기'에게서 '타인'으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행복 천재들이 설핏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비칠 수도 있다. 만일 그런 생각이 든다면 의심해보라. 그 생각 자체가 간섭 사회의 산물이 아닌지, 나이와 성과, 직위와 학력으로 강고하게 위계가 세워진 세상에서 수천 년 동안 생성된 간섭 DNA가 만들어낸 생각이 아닌지 의심해보라. 간섭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는 집단주의의 산물은 아닌지, 내면의 불안을 감추기 위해 타자의 약점을 파고드는 방어기제는 아닌지 의심해 보라. 진정, 타인의 행복을 위한 관심인지 자문해보라.

우려와는 달리 행복 천재들은 타인의 삶에 무관심하지 않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이타적이며 공동체적이다. 그들은 타인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응원한다. 다만 경계를 지킨다. 왜냐하면 행복의 본질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인철, <아주 보통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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