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매필11기] 31일차.
본문
친밀함이란 이렇게 '나'와 '너'가 만나 그사이에 '우리'라는 공유 영역을 만드는 것이다. 공유 영역은 나와 너의 바운더리가 일부 허물어지며 생겨나는 곳이라 어느 한사람의 영역이라고 할 수 없다. '나'이면서 '너'인'나-너IYou'의 영역이다. 누군가를 만나 이렇게 바운더라가 허물어자고 '우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게 이상하다. 누군가와 자주 만나는데도 '너는 너,나는 나'라는 경계가 명료하다면 그 관계는 형식적인 관계일 뿐이다.
문제는 이 친밀성의 양면성에서 생격난다. 친밀함은 나에게 상대와 연결되어 있다는 연결감과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늘 또한 있다. 누군가와 가까워진다는 것은 서로의 바운더리가 겹쳐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나와 너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상대를 나의 일부처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누가 뭐라고 해도 상대는 끝까지 내 편이기를 바라고, 상대가 내 생각대로 생각하고 내 마음에 들도록 행동하기를 바란다. 양상은 다르지만 결국 상대가 상대의 모습대로가 아니라 내 기대대로 존재하기를 바라는 욕구가 커진다. 다시 말해 상대방이 나와 다른 마음을 가진 독립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고 '관계의 소유욕'이 생기는 것이다. 어린이아일수록 이런 욕구가 강하게 나타난다. 부모가 늘 자기만 바라봐주기를 바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다 헤아려주기를 바라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부모도 좋아해주기를 바란다. 이렇듯 친밀한 관계는 '연결감'이라는 빛과 함께 '소유욕'이라는 어둠이 늘 같이 한다.
내 생각
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