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필사하기

[아바매필9기] 4일차. 나는 '무해하게 재미있다'는 칭찬이 좋다. <말하기를 말하다>

공감사이다 2021. 5. 4. 07:26

★본문

옛날에는 지식이 책에 적힌 글자 같은 것으로 전수되었다. 물론 책은 귀한 것이었고 글자 또한 지배계급의 전유물이었다. 책과 글자가 보편화되고 매스미디어가 발달한 최근까지도 지식을 생산하고 전파하는 중심에 있는 자들은 대부분 강력한 지배계급, 쉽게 말해 ‘백인/남성’이었다. 지식이란 백인/남성의 말과 생각을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인터넷과 기술의 발전은 이제 그 권력을 중심이 아닌 변방과 온갖 경계 지대에서부터 와해하고 있다. 스마트폰 탄생 이후 모두가 자기의 이야기를 내어놓는 시대가 왔다. 이제는 중심이 따로 어디라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갈수록 더 그렇게 될 것이다. 그동안 지식이라고 인정받지 못했던 것들이 지식의 범주로 들어온다.

현시대의 지성에는 여러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도록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능력과, 내가 알고 있던 게 다른 시각에서는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능력 또한 포함된다. 거기에는 평등에 대한 예민한 저울과 같은 감각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매너가 아닌 지성의 영역이라고 믿는다.
“아이구~ 무슨 말을 못하겠네” 같은 말을 삼키지 않고 기어이 내뱉는 한국의 중년남성 상사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명백한 반지성과 업데이트 미비의 산 증거라 하겠다.

팟캐스트를 하면서 내가 가장 기쁘게 생각하는 칭찬은 ‘무해하게 재미있다’는 말이다. 남을 공격하거나 비하하는 농담을 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다는 뜻이다. 물론 나도 가부장제와 남성 권력에 대해서는 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공격이라기보다는 저항이다. 나의 태도를 저항이 아닌 공격으로 자평할 만한 변화가 오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나아갈 길이 멀지만, 그날 팟캐스트를 들을 때처럼 내 말을 점검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를 맞는다면 기쁜 마음으로 나의 어휘사전을 수정할 것이다. 내가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나의 말이 더 나은 세상을 반영하는 말이 되기를 바란다.

김하나, <말하기를 말하기>

내 생각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능력,
내가 알고 있던 게 다른 시각에서는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능력
내가 갖고싶은 능력, 우리 은남매와 함께 키워가고싶은 능력이다.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