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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매필8기] 16일차. 누가 나의 진짜 청중인지, 누가 나를 제대로 보아 줄 사람인지를 살피고 결정하면 좋겠다. <2인조>
공감사이다
2021. 4. 16. 10:52
★본문
2016년도의 일이다. 좀 유치한 얘기지만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던 중이었는데, 마침 집에 놀러온 친척 어른이 내 손을 잡더니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다. 아우 난 우리 석원이 시원하게 뜨는 거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그분은 덕담 이랍시고 하신 말씀이었겠지만 그 말을 들으며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1등을 했는데 뭘 더 어떻게 해야 이런 소리를 안 들을 수 있지? 난 그때부터 내가 티브이에 나가 전 국민이 알 정도로 유명해져야만 내가 무엇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음악을 할 때, 내가 지하 클럽에서 관객 한 열 명 놓고 공연하며 사는 줄 알던 대기업 다니는 내 친구들이나, 내가 (당연히) 백수인 줄 알고 직장을 소개시켜주시려던 친척 아저씨에게, 더이상 그들이 알고 있는 나에 대해 정정해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왜.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보다는 내 청중을 분명히 선택했고, 그에 따르면 이들은 더이상 나의 관객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단 한 번도 나라는 극장에 표를 사서 들어와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밖에서 날 어찌 생각하든 신경쓸 이유는 없지 않은가.
나는 그때부터 그들보다 훨씬 더 나와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줄 사람들,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바로 그들에게 나의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기로, 그들에게만 내 눈물과 땀을 쏟기로 했다. 그 외의 어떤 사람들이 날 어찌 생각하든 신경쓰지 않기로 한 것 이다. 이를테면 내 생사여탈권을 쥐고 날 낙오시킬지 거두어줄지를 결정할 독자들. 그들이야말로 내게 증명하길 요구하고 날 채점 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 아니겠는가? 나는 바로 그들에게 내 모든 인정 욕구를 집중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나의 마음의 불필요한 짐들은 상당 부분 덜어졌다. 물론 그래서 내가 선택한 이들에게 인정을 받느냐 못 받느냐 하는 문제는 또다른 차원의 얘기일 테지만 말이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무작정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잘 보이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특히 창작자들은 직업적 특성 상 이런 욕망을 갖기 쉬운데, 세상 모든 이들이 날 모른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고, 누가 나의 진짜 청중인지, 누가 나를 제대로 보아 줄 사람인지를 살피고 결정하면 좋겠다. 상처를 받아도 그들에게 받고 관심을 구해도 그들에게 구하라는 것. 그것은 인생에서 불필요한 감정과 수고를 덜어주게 된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이석원, <2인조>
★내 생각
나도 이석원작가님처럼 이런 경험이 있다. 내가 교사를 그만둔 것에 대해서 삼촌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씀하셨는데,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나도 농담으로 받았고, '삼촌도 내가 교사를 그만둔 것에 대해서 아쉬워서 그러시겠지' 하며 삼촌의 말씀을 공감대화로 들으니 불편했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나는 그때부터 그들보다 훨씬 더 나와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줄 사람들,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바로 그들에게 나의 관심과 노력을 집중하기로, 그들에게만 내 눈물과 땀을 쏟기로 했다.
누가 나의 진짜 청중인지, 누가 나를 제대로 보아 줄 사람인지를 살피고 결정하면 좋겠다.
나도 마음 먹는다. 누가 나의 진짜 청중인지, 누가 나를 제대로 보아 줄 사람인지를 살피고 결정해야겠다.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응원해주고 나를 믿어주는 우리 가족, 성실하시고 솔선수범하시는 직장동료들, 온라인으로 연결된 공감대화 모임, 꿀잠 모임 멤버들...나는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도움주고 싶다.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가고, 다른이에게도 용기를 주는 작가님께 감사하다.
★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