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하루는 산에서 열쇠를 잃어버렸다. 오르는 길에 땀이 나서 재킷을 벗었는데 아마 그때 열쇠가 떨어진 듯했다. 집에 와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워낙 문단속이 허술한 성격이라 현관문은 안 잠그고 대문만 잠갔는데 대문 또 한 허술하여 밖에서 팔을 안으로 넣어 열 수 있게 되어 있어 집에 들어오는 데 지장은 없었다. 그래도 시간 걸리는 외출을 하려면 문단속을 안 할 수가 없겠기에 오던 길을 되짚어가서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못 찾았다. 그 후 며칠은 산에 갈 때마다 발밑만 보고 걸었지만 어디 꼭꼭 숨었는지 눈에 띄지 않았다. 자식들한테 준 스페어 열쇠를 회수해서 문단속을 제대로 하게 된 후 비로소 발밑을 살피는 일에서 해방이 되었다. 다시 한눈을 팔 수 있게 되었을 때 내 열쇠가 바로 길가 내 눈높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걸 발견했다.
누군가가 주워서 그렇게 눈에 잘 띄게 걸어 놓았을 것이다. 그 산책 길은 나 혼자만의 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길은 내가 낸 길도 아니었다. 본디부터 있던 오솔길이었으니 누군가가 낸 길이고 누군가가 현재도 다니고 있어서 그 길이 막히지 않고 온전한 것이다. 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내 생각
오솔길을 갈때 기분이 좋다.
그리고 길에서 큰 돌멩이나 나무를 치울때가 있는데, 내 뒤에 지나다닐 사람들이 다치지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렇게 한다. 작은 배려이지만, 나는 여러사람들이 이 길을 평화롭게 걷는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짓게된다.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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